Sunday, September 14, 2014

걸리는것



현재의 나에게 만족한다면 싫던 좋던 나의 과거 또한 만족스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없이는 현재가 있을 수 없다"라는 무대포식 논리,
풍성한 과일을 맺게하는 거름이 꼭 아름다워야 할 필요가 없는것 처럼.
들추고 싶지 않은 과거마저 어떻게 해서든 행복한 현재와
같은 인과율안에 있는 것이라 밀어붙여왔다.


그렇게 어떤 식으로든 결국엔 잘된거라 생각했던
지독하도록 익숙한 과거에 얽매인 생각들의 예상치 못한 방문은
조용히
그리고 무자비하게
나의 밤잠을 앗아간다.


나만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그 맹목적인 사랑으로 스스로를 지키고자
화려한 말주변과 정당화로 수십번 포장을 해보아도
결국 끝내 나를 속일 수 없는
- 그리고 결코 누구에게 쉽게 터놓을 수 없는 -
나에 대한 것들이 있다.


지금보다 더 불완전한 과거 속 나의 언행.
비속한 결정을 만들었던 찰나의 어리석음.
진정 나를 위하는것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않았던 경솔함.
미숙하다는 것 하나로 어떠한 죄로 부터든지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꺼라는 뻔뻔함.
심지어 그러한 부분 마저 나를 만드는 일부라며 정당화를 뛰어넘어 미화까지 했던 비겁함.

굴리면 굴러가던 잔머리와 약아빠진 정신 상태로
범죄 아닌 범죄들을 저릴러 놓고
완전 범죄 였다며 착각을 했었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상대로 저지른 범죄의
완벽함을 꿈꾼것이다.


무식이 용감이라는 말은 정말이지 이렇게 무서운걸 두고 하는 말이다.





문제는 내가 "무언가를 크게 그르치지는 않았다"는 데 있다.

떨떠름해하는 자신을 애써 외면 해가며
"무언가를 크게 그르치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한것이 "무언가를 크게 그르친" 것인지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아버린거다.



내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정말 수 없이 되뇌였다.
어떻게든 나를 달래보고 속여보려고.
하지만 그 되뇌임은 웃음거리로 돌아와버렸다.
막상 이젠 땅을 치며 후회해도
울고 불고 나에게 용서를 빌기에는 너무 늦었으니까.



새벽 3시 48분
지금 여기엔 날 보고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부어줄 관중도
공감하며 씁슬한 웃음 지어보일 사람도
애써 위로해줄 그 어떤 누구도 없다.

다만
선택의 여지 없이 발가벗고 있는 나를
대체 어떤 반응을 하며 봐야할지 알질 못해서 끙끙대고 있는

잠못이루는 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텅빈 방은 그런 나로 가득할 뿐이다.

2010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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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끔 돌아가고 싶은 4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