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14, 2019

bus ride

2호선 강변역사 건너 동서울종합터미널

그 앞엔 길게 택시들이 늘어서고
옆 차선에 꼬리문 버스들,
인도 위로 줄줄이 늘어선 포장마차

이렇게 세개의 선이 극명하게 보이는 곳의 풍경은
그렇지 않은 곳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터미널로 잰걸음이 들어서면
사시사철 비스무리한 그 곳만의 온도가 몸을 감싸고
요란하지만 특징없는 냄새에 코가 무거워진다.

어릴적 기억 속에 본듯한 풍경이라,
사실은 자세히 본적도 없는 풍경.


초록 건너 주황,

의자 건너 사람,


익숙한 대기실 플라스틱 의자 위
닳아 매끄러워진 표면에 늙은 스크라치들이 빛을 튕긴다.

비둘기 무리 사이로
카모플라지 제복 속 청년들의 잰걸음은
온통 설레임이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어디로 갈지는 알고 있는,
두번 다시 보지 못할 생면부지의 초면을 하고
하나 둘 좁은 계단을 올라 여행에 합류한다.

긴 여행이 조금 버거워 보이는 바짝 마른 노인의
바스락대는 등산용 바지가 우물쭈물 거린다.

바빠보이는 창문 밖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멈춘 표정들.

가차 없이 떠나가는 버스가
행여 멈춰줄까 뾰족구두의 여자가 냅다 뛰면
지켜보는 모두가 맘을 졸인다.

매정하게 바뀌는 신호 뒤로
금새 펼쳐지는 한강.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서울.

규칙하게 날아들어오는 불빛들이
눈두덩이를 때리고,
차분했던 마음이 헝클어질라 치면

창문 안에는 김이 서리고
모두가 함께 숨을 죽인다.

마침네 낯선 포근함을 찾아든
사람들의 연결고리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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